형사소송법상 제척, 기피, 회피는 법관 및 법원 직원이 공정하게 직무를 수행하기 어려울 때 이들을 해당 사건에서 배제하는 장치입니다.
제척은 법관이 사건과 특정 관계(예: 피해자, 친족, 증인, 전직 변호인 등)를 가질 때 당연히 직무에서 배제되는 것이고,
기피는 법관이 불공정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을 때 검사나 피고인이 신청하여 배제를 구하는 제도입니다. 기피 신청은 소송 지연 목적이 명백하지 않는 한 소송 진행을 정지시키고, 상급 법원이나 소속 합의부에서 결정합니다.
회피는 법관 스스로 제척 또는 기피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직무에서 물러나는 것입니다. 이 규정들은 법원 사무관 등과 통역인에게도 준용되어, 형사 재판 과정 전반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보장하는 데 기여합니다.
공정한 재판을 위한 원칙: 제척, 기피, 회피
형사소송에서 '공정한 재판'은 모든 국민의 기본적인 권리입니다. 이를 위해 형사소송법은 법관을 비롯한 법원 직원들이 특정 사건을 심리하거나 처리하기에 부적절하다고 판단될 때, 그 직무 집행에서 배제하는 제도들을 마련해두고 있습니다.
바로 '제척(除斥)', '기피(忌避)', '회피(回避)'입니다. 이 제도들은 재판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고, 국민들로부터 사법부가 투명하다는 믿음을 얻기 위한 중요한 장치입니다.
법관의 직무 배제: 제척, 기피, 회피
제척: 당연한 직무 배제 (제17조)
제척은 법관과 사건 사이에 법률이 정한 특정 관계가 있을 때 그 법관이 해당 사건의 직무 집행에서 당연히 배제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법관의 의사와 관계없이 법률에 의해 자동으로 효력이 발생합니다. 제척의 주요 원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 법관이 사건의 피해자인 경우
- 법관이 피고인 또는 피해자의 친족 또는 친족 관계가 있었던 자인 경우
- 법관이 피고인 또는 피해자의 법정대리인, 후견감독인인 경우
- 법관이 사건에 관하여 증인, 감정인, 피해자의 대리인으로 참여했던 경우
- 법관이 사건에 관하여 피고인의 대리인, 변호인, 보조인으로 참여했던 경우
- 법관이 사건에 관하여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직무를 행했던 경우
- 법관이 사건에 관하여 이전 심급의 재판 또는 그 기초가 되는 조사, 심리에 관여했던 경우 (예: 1심 판사가 2심에서 다시 재판하는 경우)
- 법관이 사건에 관하여 피고인의 변호인이거나 피고인·피해자의 대리인인 법무법인 등에서 퇴직한 날부터 2년이 지나지 않은 경우
- 법관이 피고인인 법인·기관·단체에서 임원 또는 직원으로 퇴직한 날부터 2년이 지나지 않은 경우
이러한 제척 사유가 있는 법관이 재판에 참여했다면, 그 재판은 무효가 될 수도 있습니다.
기피: 불공정 염려 시 배제 신청 (제18조 ~ 제23조)
기피는 법관이 불공정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을 때, 검사 또는 피고인이 해당 법관을 직무 집행에서 배제해 줄 것을 법원에 신청하는 제도입니다.
- 기피 신청의 원인: 제척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 또는 법관이 그 외의 사유로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는 경우에 신청할 수 있습니다 (제18조).
- 신청권자: 검사 또는 피고인이 신청할 수 있으며, 변호인은 피고인의 명시적인 의사에 반하지 않는 한 신청할 수 있습니다 (제18조).
- 신청 방식 및 관할: 신청은 서면으로 해야 하며, 합의법원 법관에 대한 기피는 그 법관의 소속 법원에, 단독판사 등에 대한 기피는 해당 법관에게 신청합니다. 신청 사유는 신청일로부터 3일 이내에 서면으로 소명해야 합니다 (제19조).
- 기피 신청과 소송 정지: 기피 신청이 접수되면, 소송의 지연을 목적으로 한 것이 명백한 경우가 아니라면, 소송 진행이 정지됩니다 (제22조). 이는 기피 신청에 대한 판단이 내려지기 전까지 해당 법관이 재판에 참여하는 것을 막아 공정성 시비를 방지하기 위함입니다. 다만, 급속을 요하는 경우에는 예외가 적용됩니다.
- 기피 신청에 대한 재판: 기피 신청에 대한 재판은 기피당한 법관의 소속 법원 합의부에서 결정합니다 (제21조 제1항). 이때, 기피당한 법관은 해당 결정에 관여할 수 없습니다 (제21조 제2항). 만약 합의부 구성이 불가능하면 바로 위 상급 법원이 결정합니다.
- 기각 결정에 대한 즉시항고: 기피 신청이 기각된 결정에 대해서는 즉시항고를 할 수 있습니다 (제23조). 다만, 소송 지연을 목적으로 한 명백한 기각 결정에 대한 즉시항고는 재판의 집행을 정지하는 효력이 없습니다.
기피 제도는 당사자들이 재판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중요한 통로를 제공합니다.
회피: 법관 스스로의 직무 포기 (제24조)
회피는 법관이 스스로 제척 또는 기피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을 때, 해당 사건의 직무 집행에서 자발적으로 물러나는 것을 의미합니다.
- 법관은 제18조에 해당하는 사유(제척 사유 또는 불공정한 재판 염려)가 있다고 생각되면 회피해야 합니다 (제24조 제1항).
- 회피는 소속 법원에 서면으로 신청해야 하며, 기피 재판 규정(제21조)이 회피에도 준용됩니다 (제24조 제2항, 제3항).
회피는 법관의 양심과 책임감에 기초하여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려는 제도입니다.
법원 사무관 등에게도 적용되는 원칙 (제25조)
제척, 기피, 회피에 관한 규정은 법원 서기관, 법원 사무관, 법원 주사, 법원 주사보 등 법원 사무관 등과 통역인에게도 준용됩니다. 다만, 제17조 제7호(전심 재판 관여)는 제외됩니다.
- 이들 법원 사무관 등에 대한 기피 재판은 그 소속 법원이 결정합니다. 다만, 소송 지연 목적의 명백한 기각 결정은 기피당한 자의 소속 법관이 합니다.
이는 재판 과정 전반에 걸쳐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법관뿐만 아니라 소송 절차에 관여하는 모든 관계자들의 중립성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마무리하며
형사소송법상 법관 및 법원 직원의 제척, 기피, 회피 제도는 공정한 재판이라는 사법부의 가장 중요한 가치를 지키기 위한 핵심적인 안전장치입니다. 법관이 사건과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지거나 불공정한 재판을 할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해당 법관을 직무에서 배제함으로써, 재판의 객관성과 중립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사법 신뢰를 구축하는 데 기여합니다.
이러한 제도들이 있기에 우리는 법원이 사사로운 감정이나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오직 법과 양심에 따라 판단할 것이라는 기대를 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며, 구체적인 사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정확한 판단은 변호사 등 전문가의 상담을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